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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으로써 세계가 잠시 있다고 느낍니다.


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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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다가 보니, 위 서문이 권장하는 전시의 입구에 대해 제가 일종의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저는 이동의 자유를 전제로 하여 대부분의 장소로 갈 수 있는 '오픈 월드' 장르의 게임을 하러 왔는데, 막상 접속해보니 안경 쓴 npc가 불쑥 등장해 제 손을 붙잡으며 1시간 30분 분량의 미션을 부여해버린 것 같달까요?《바위가 되는 법》은 일전에 한 차례 본 적이 있는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길목에서부터 받았던 은은한 스트레스가 훅 묵직해졌습니다. 어떠한 의미나 가치의 뭉치들을 일방향적으로 수신하게 될 때 (혹은 은근히 유도 당할 때) 제가 느끼는 이 무게감이 호들갑처럼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전시의 입구만을 보고 전시장을 걸어나왔습니다.그렇게 로비 벤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멍을 때리며.. 힘을 차리다 눈에 들어온 게 박보마 작가가 참여한 공간프로젝트 《물질의 의식》입니다. 《물질의 의식》은 로비 층에 조그맣게 트여있는 휴게 공간인 미디어룸을 전시 공간으로써 활용한 전시인데요. 약속과는 다르지만 위와 같은 사정으로 《물질의 의식》에 대해 먼저 말해보겠습니다.


대리석을 연상시키면서도 오묘한 하늘색을 띠고 있어 희한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기물들이 중심처럼 서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넥타이, 액자, 의자, 리본, 담배, 방울, 지폐, 깃털, 악보, 그림자, 조화, 얼음처럼 보이는 여러가지 물건들이 책상이나 재단과 같은 중심 기물 곳곳에 놓여져 있었는데요. 저는 감상 초입에 이 오브제들을 눈으로 산책하다 꽂히는 게 생길 때마다 시선을 멈추고는 했습니다.이 글에서는 우선 넥타이부터 다시 봐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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